일상/라이프

"분노주의" 1호선 출근러가 폭로한 충격 공포 실화

이번이 끝이다 2020. 4.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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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재미없을 때는
1호선을 타라.

1호선 탑승객들의 우스갯소리지만 너무나 공감하는 바. 약 10년 동안 1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긴 노선인지라 나름 애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애증을 더 많이 느낀달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왜 이상한 일들은 유독 1호선에서 많이 일어나는가. 경험자라면 뒷목을 잡을 것이고 비경험자라면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매일 1호선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펼쳐진다. 

열차 사고 & 잦은 연착

지난 14일 오전 6시 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철로에서 급행열차 두 량이 탈선했다. 이 사고로 1호선 급행열차는 구로~용산 구간에서 양방향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빠듯한 아침 출근길에 역까지 달려온 나는 안내문을 보고 나서야 사고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용산 급행열차가 전역에서 출발한다는 소리에 일단 교통카드를 찍고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기껏 열차에 몸을 실었더니 사고로 인해 구로역까지만 운행한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구로역에서 하차했지만 계단은 공사 중 푯말과 함께 막혀있었고 매우 비좁은 틈을 통해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투정이 들렸다. 멈춰 서있는 15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택시를 타야겠다는 생각에 출구로 빠져나왔다.

출구 앞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나는 20분 만에 택시에 탑승할 수 있었다. 결국 30분이나 지각했고 SNS에서는 따릉이를 타고 출근한 사람도 찾아볼 수 있었다. 탈선 사고의 원인은 낡은 전동차의 차축 베어링 파손으로 밝혀졌다. 이 열차는 운행한 지 24년이 지났고 내년에 교체하려던 낡은 열차였다고. 다행히 서울 지하철 대부분이 2023년 안에 새 차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행히 사고가 없는 날에는 연착과의 전쟁이다.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으로 매일 확인하지만 정시에 도착하는 날은 손에 꼽는다. 완행열차 기준, 예상 도착 시간에서 딱 10분만 더하면 실제 도착 시간이다. 그나마 급행과 특급행 열차는 정시에 가까이 도착한다. 하지만 급행은 배차간격이 긴 편이고, 특급행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한다. 이 말인즉슨 완행밖에 없는 시간대에는 서둘러 나오지 않으면 지각할 위험이 높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람...(?)

1호선을 타면 진짜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 독특한 복장을 입고 다니는 건 개인의 자유이니 화가 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속옷을 판매하는 사람부터 특정 정치인을 비방·찬양하며 전단지를 나눠주는 열혈 전도사까지.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향이 강한 음식을 드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반짝반짝 화려한 복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분들이 타면 나도 모르게 긴장한다. 분명 깜짝 공연(?)이 펼쳐질 테니. 포교 활동도 빠질 수 없다. 요즘은 단속이 심해진 탓에 가까이 와서 작게 읊조리는 분들이 대다수. "ㅇㅇ교 안 믿으면 지옥 간다 XX아"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님부터 다짜고짜 와서 욕을 하셨던 아저씨까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냥 대꾸하지 않고 다른 칸으로 옮겨가는데 씁쓸한 기분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수도권과 서울을 잇는 1호선은 다른 노선에 비해 월등히 이용객이 많다. 그래서인지 '빌런'이라 불리는 특이한 사람도 많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민폐 행위는 자제한다면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다들 알다시피 지하철은 우리 집 안방이 아니라 모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니까. 1호선이 언젠가 평화로운 지하철의 대명사로 거듭나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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