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슈
코로나 이후 개업 얼마나 늘었을까.. 현실판 박새로이 얼만큼?!
이번이 끝이다
2020. 6. 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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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에 걸기로 마음 먹은 사람, 1명도 없었을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은 폭발적이었다. 근래 유례 없었다. 경제 활동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부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로이'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허가 받아 가게를 열고, 창업을 했다. 몇 개나 될까. 어떤 아이템으로 장사를 하고 영업을 하려는 것일까. 어디에 있을까. 찾아보기로 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특별시, 카드사 2곳 등에서 뽑아낸 약 8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뜯어 봤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2-3월 서울*의 소상공인 업종 인허가, 개-폐업 현황과 행정동-업종별 카드 매출과 유동인구 등을 모두 살폈다. 이를 1년 전 같은 기간의 동일 자료와 비교했다.
결과는 창업과 폐업, 매출과 유동인구 등이 모종의 관계도를 그릴것 같은 ‘옛날의 인식’과 사뭇 달랐다. 그리고 데이터가 가리킨 현장을 찾아갔다.
*데이터분석 대상을 서울로 한정했다. 전국 지역 내 총생산(GRDP : 합계 1900조 70억 원, 2018년 기준)서 차지하는 비중때문이다. 서울 GRDP는 422조 3950억 원으로 전국의 22.3%를 차지한다. 주민등록 인구 기준, 한국인 5명 중 1명(약 972만여 명,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2020.4)을 품은 도시이기도 하다. 경제-문화-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오늘의 서울'이 갖고 있는 경제적 위상 등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데믹과 1년 전 비교 : 서울의 개업은 늘었다..'통신판매업' 압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말 그대로 폭증했던 지난 2월과 3월 서울서 인허가를 받아 개업했고, 영업 상태가 ‘영업/정상’으로 분류된 생활밀착업종 업체는 합계 1만 5336개였다. 1년 전인 2019년 2~3월엔 1만 3226개 업체가 문을 열었다. 2110개가 늘었다.
이는 ‘순증*한’ 업체 수가 아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개업이 줄어 마이너스(-)로 집계한 업체 수까지 포함한 개업 증가 수치다. 플러스가 마이너스를 상쇄하고도 2000개 이상 증가했단 의미다. 폐업 업체 수는 줄었다. 지난해 7375개에서 올해 7094개로 281개, 3.8%가 감소했다.
*순증 업체 수는 2776개다.
서울서 개업한 업체 가운데 증가폭이 컸고, 증가율도 높았던 곳을 업종별로 살폈다. 생활밀착업종 69개 가운데 통신판매업이 2106개 늘어나 ‘확장’을 주도했다. 증가율 역시 38.2%로 1위였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집계된 ‘순증 업체’ 2776개 가운데 통신판매업은 2106개다. 올들어 늘어난 업체의 75.8%를 차지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은 “TV홈쇼핑, 인터넷, 카탈로그, 신문잡지, 기타의 방법으로 가구-가전-식품-의류 등을 판매하는 업소”로 정의한다. 이른바 ‘온라인 판매’를 하는 사업체다. 통신판매업은 매우 다앙하게 나뉜다. 인허가 데이터는 이를 의류/패션, 건강/식품, 레저/여행 등 12개로 구분*한다.
*행안부 인허가 데이터의 ‘업태구분명’ 기준
실제 상호에 ‘헤어’, ‘갈비’, ‘크림빵’ 등을 붙인 업체가 올해 인허가 받은 통신판매업에 다수 들어있다. 특징은 2가지다. 의류-잡화 등 통념 상(?) 온라인 판매업으로 인식되던 장사가 아니란 점이다. 또 하나는 운영하는 가게의 사업 영역에 통신판매업을 추가한 사례도 포착 됐단 점이다. 최근 급증세인 ‘스마트스토어’나 배달 앱 입점 때문이다.
한편 “즉석으로 음식을 제조 및 가공해 판매”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 171개 늘어 2위. 의료기기판매(임대)업과 방문판매업, 비디오물제작업이 각각 뒤를 이었다. 비디오물제작업엔 유튜버 등 뉴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휴게음식점, 미용업, 국외여행업 등의 개업은 개업이 제일 많이 줄어든 업종 톱3에 이름을 올렸다. 감소율도 두 자릿수다.
개업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강서-마포-강남 등..역시 '통신판매업'
지역별로 살펴보자. 1년 전과 팬데믹 기간을 비교할 때 개업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강서구였다. 작년 2~3월 737개에서 올해는 996개였다. 259개 업체가 늘어 업체 수 기준 증가폭 1위였다. 증가율로 따져도 35.1%가 늘어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위권에 랭크됐다. 마포, 강남 등이 뒤를 이었다.
‘개업이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지표인 증가율 기준으로 보면 동작구가 1위다. 지난해보다 55.2% 늘었다. 새 사업을 시작한 업체 수는 288개에서 447개로 159개 불어났다.
업체 수와 증가율을 모두 고려해 선정한 ‘개업 급증 지역 TOP8’에선 어떤 업종이 제일 많이 늘었을까. 역시 통신판매업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강서-마포-강남-서초-관악-양천-용산 등 8개 자치구 가운데 7개 구의 증가 업체 수 1위 업종이 모두 통신판매업이었다.
창업 그림자 드리운 강북구-송파구..통신판매업도 '마이너스'
창업이 어디서나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25개 자치구 중 개업 업체 수가 줄어든 곳은 두 군데였다. 강북구와 송파구다. 강북구의 개업 업체 수는 지난해 2~3월 681개에서 올해 같은 기간 346개로 335개 줄었다. 49.2% 감소했다. 송파구의 개업 업체 수도 763개에서 453개로 300개 이상 적어졌다. 감소율은 40%를 넘겼다.
흥미로운 점은 강북구와 송파구 모두 개업이 제일 많이 감소한 업체가 ‘통신판매업’이었단 사실이다. 강북구에서 줄어든 통신판매업체 수는 157개, 송파구는 315개였다. 심지어 송파의 경우 감소한 개업 업체 전체(310개)보다 통신판매업체 감소폭이 컸다. 이 지역 다른 업종서 늘어난 업체 수(16개 업종 57개)가 가파른 감소세를 뒤에서 받쳤다.
이처럼 통신(온라인)판매업이 팬데믹 와중에도 새로운 사업 시작을 주도한 업종이었고, 일부 지역선 ‘개업 감소’를 이끌기도 했다는 데이터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비즈니스의 계획과 시작부터 사업 단계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더 이상 ‘오프라인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바깥 출입을 못한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손님도 없다. 새 장사는 감히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소위 ‘20세기 형 진단’이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있다. 통신판매업은 업의 확장 뿐 아니라 새 사업의 축소와 중단까지 주도했다. 비단 ‘개업 감소’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통신판매업은 작년 2~3월과 비교해 올해 팬데믹 기간 동안 폐업 업체 수가 제일 많이 늘어난* 업종이기도 했다. 증가율 또한 56.4%를 기록해 69개 생활밀착업종 가운데 폐업 증가율 높은 업종 9위에 속했다.
*통신판매업의 폐업 업체 수는 2019년 2~3월 945개에서 2020년 같은 기간엔 1478개로 533개 늘었다.
이런 현상은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 온라인 자영업은 폐업할 때 감수해야 할 ‘매몰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 또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시장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게 쉽다는 뜻이다.
그렇게 늘어난 개업, 장사는 잘 됐을까?
그렇다면, 유례없는 감염증 대유행에도 새로이 장사를 시작한 이들의 매출은 어땠을까.
인터비즈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작년 2~3월과 올해 2~3월 서울의 생활밀착업종 카드 이용금액 데이터 4561만 5805 건을 수집-분석*했다. 자치구 별로 도출한 카드 이용액 비교 결과와 같은 기간 행안부 인허가 데이터를 겹쳐봤다. 개업 업체 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 8곳이 그 대상이었다.
*신한카드가 제공 중인 데이터를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에서 분석-반출했다.
예상대로(?) 유의미한 결과값은 나오지 않았다. 카드 매출은 개업 업체가 급증한 8개 자치구 전 지역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개업 업체 수가 제일 증가한 강서구의 카드이용액은 669억 원 줄었다. 감소율은 10%였다. 개업 증가 ‘체감도’가 가장 컸던 동작구도 마찬가지였다. 카드이용액은 469억원, 14% 비율로 감소했다. 강북구, 송파구 등 개업이 급감한 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2~3월 간 극도로 쪼그라든 소비 심리는 특히 소상공인들의 경우 신규 개업 업체와 기존 업체를 가리지 않았던 셈이다.
참고로 팬데믹 기간 서울 소비자들이 쓴 카드이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개 자치구 모든 곳에서 줄었다. 작년 13조 3102억여 원에서 올해 11조 5119억여 원. 1조 8000억 원 가까운 매출*이 사라졌다.
*인터비즈는 해당 카드매출을 업종별-자치구별-특정 행정동 등의 기준으로 분석했다. 이는 기획 ['새로이'는 한 명도 없을까. 코로나가 낳은 Biz 풍경] 의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동인구 많다고 창업? 안 늘었다.
새로 장사를 시작하는 이들이 고려하는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꼭 들어가는 요소가 있다. 인구다. 내 물건을 사 줄 사람들이자 수요 시장이다. 특히 유동 인구 규모를 매우 중시 해왔다. 내 가게 앞 길로 다니는 사람이 일단 많아야 장사가 잘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런 20세기형 통념이 사라지고 있단 것을 어렴풋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KT의 모바일 기반 유동인구 데이터 3352만 건을 분석한 결과, 작년 2~3월에 비해 올 2~3월 개업 증가세가 가장 주춤했던 강북구와 송파구의 유동인구는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늘어났다.
출처서울 강북구 한 대로변 임대문의 붙은 상가
특히 강북구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개업 업체 수와 그 비율 모두 최대폭으로 떨어졌지만, 유동인구는 4737만 6894명에서 5887만 9465명으로 1150만 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24.3%로, 팬데믹 와중에도 유동인구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강북구 다음으로 개업 업체 수가 줄어든 송파구도 비슷하다. 이 지역 유동인구도 같은 기간 23만 7589명(0.1%증가)이 늘어났다.
반대로 신규 인허가 등 창업이 제일 활발했던 8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마포-서초-관악-동작-양천-용산구 등 7개 지역의 유동인구는 모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창업과 유동인구가 모두 증가한 지역은 강남구가 유일했다. 이곳 유동인구는 2019년 2~3월 2억 4386만여 명에서 2020년 2~3월 2억 7643만여 명으로 3257만 명이 늘었다. 증가율은 13.4%였다.
코로나 19로 모든 게 멈췄다?...
적어도 서울 지역만 놓고 볼 때 신규 인허가를 받아 새로 사업을 시작한 업체는 팬데믹 와중이던 지난 2~3월에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증가세 또한 두드러졌다. 세간에선 폐업이 급증했을 것으로 점쳤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론 바이러스 확산이 남긴 소비심리 위축 현상은 뚜렷했다. 개업이 늘었다고 매출이 늘어나진 않았다. 미국 등과 비교하면 팬데믹 와중에도 유동인구는 극적으로 줄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별 인구데이터와 최근의 ‘개업’ 움직임 간 상관관계는 점점 엷어지고 있었다. ‘온라인’이란 키워드로도 대체 가능한, 통신판매업의 활발한 창-폐업 현황은 생활밀착업종의 ‘20세기 형 분석’이 의미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입증하고 있다.
어떻게 취재하고 분석했나.. Q&A
Q. 폐업보다 개업에 더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개업에 더 주목했다기보다, '폐업'이 예상 외로 현 상황을 100%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판단을 따랐다.
폐업률은 일종의 후행지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는 폐업마저도 일정부분 비용이 들어갈 것을 감안해 '버티고 버티다' 가게 문을 닫는 경우가 대다수다. 2~3월 폐업한 가게를 집계하는 것 만으로는 바이러스가 서민경제와 소상공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면밀히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임대차 계약은 보통 2년이다. 경기가 안 좋다고 바로 폐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 조건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도 이미 가게에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 권리금 등 일종의 '매몰비용'이 만만찮다. 몇 개월 불황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단 뜻이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가 폐업률에 반영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업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새로 가게를 열거나 창업한 업종과 그 안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Q.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A. 취재진은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 신한카드, BC카드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모두 활용했다. 모든 데이터의 수집-분석 대상 기간은 2019년 2~3월과 2020년 2~3월로 잡았다.
우선, 업종별 개, 폐업 현황 파악을 위해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기준 삼았다.
행안부가 제공하는 총 191개 인허가 업종에서 서울시(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가 지정한 103개 생활밀착업종, 그리고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에서 분석 및 반출한) 신한카드 매출자료 내 63개 업종을 준용해 연관성 있는 69개 업종을 선정했다. (예를 들어, 인허가 업종 중 생활밀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 '민방위급수시설', '가축분뇨 수집운반업' 등은 분석과정에서 제외했다. 반대로 인허가 업종 중 '일반음식점'은 생활밀착업종에 해당되는 '한식음식점', '중식음식점' 등을 포함하므로 분석 대상 업종이다.)
유동인구 데이터는 2019년 2월1일부터 3월 31일까지 59일 간 서울 전체 유동인구의 일별 합계와, 2020년 같은 기간 유동인구 일별 합계를 비교했다.
Q.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는 몇 건(개)인가
A. 합계 8002만 6373건이다. 신한카드 매출 데이터가 4561만 5805건으로 가장 많았다.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에서 수집한 KT의 통신모바일 기반 유동인구 데이터는 3352만 건. 행안부 인허가 데이터는 89만 568 건이다. 기타 보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역별 개-폐업 데이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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