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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피드가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과 함께 ‘쉽게 읽는 부동산 정책'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인 요즘,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여러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그래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아리송했던 분들이라면 이번 아티클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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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하겠다는 ‘대규모 공급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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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할 때 공공 주도로 하게 해주면 속전속결로 돕겠다는 입장도 발표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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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이 좀 더 쉽게 청약에 당첨될 수 있도록 청약제도도 손 보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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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입장은 반반. 어찌 됐든 공급이 늘어나는 건 좋다 vs. 정부의 대책이 허무맹랑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요.
지난 2월 정부가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해부터 티저 포스터만 보여주던 정부가 마침내 본편을 공개한 겁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지적한 정부의 대표적 정책 세 가지와 갖가지 반응 등 2.4 부동산 대책의 이모저모를 살핍니다.
정부의 큰 그림 1: 주택 대규모 공급 작전
2.4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많은 집을 짓겠다는 신호입니다. 신호를 준 이유는 집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고요.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계획에 맞게 진짜로 집을 짓는 겁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에는 32만3000가구(분당신도시의 3배), 전국에는 83만6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집이 아닌, 집 지을 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2025년까지 전국에 80여만 가구의 집을 짓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기에 ‘부지 확보'라는 표현을 쓴 겁니다.
아니,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4년 안에 서울에 30만 가구 정도는 지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참고로 1970년대부터 강남구에 지은 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만4000가구입니다. 허허벌판인 성남시 분당구에 지난 40년간 지은 아파트가 20만 가구입니다. 그런데 이번 2.4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짓겠다고 한 주택 수는 20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127만 가구를 짓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정부가 자꾸 큰 그림만 그린다고 나무라는 이유입니다.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등에 아파트 30여만 가구를 짓는 현 정부의 대표적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정부의 큰 그림 2: 공공 끼워주면 재건축·재개발 속전속결로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공공’입니다.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공공 주도*로 하게 해주면 뭐든 속전속결로 돕겠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지자체의 신속한 인허가가 있어야만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과 손잡으면 각종 인허가도 쉽게 통과시켜주고, 용적률 인센티브(집 높이 짓게 해줌!)도 팍팍 준다고 합니다. 보통 13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을 5년 이내에 끝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강조합니다.
*주민이 원하는 경우 LH나 SH 같은 공기업이 직접 나서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주도하는 걸 말합니다.
끝이 아닙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익률’입니다. 정부는 기존 주민에게 이전 민간사업 대비 10~30%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합니다. 또 귀찮은 걸 하지 않아도 되는 프리패스권까지 준다고 합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와 ‘재건축 2년 의무거주 면제’가 대표적입니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생긴 초과 이익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얘기이며, 노후 아파트에 들어가 최소 2년을 거주한 사람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제도도 면제해주겠다는 겁니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에 한해서만 해당합니다. 이는 기존 공공 재개발·재건축에 공공성을 한층 더한 제도로 LH와 SH 등 공기업이 조합으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아 단독 시행사로 나서는 걸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위와 같은 사업으로 확보하는 주택 공급물량의 70~80%는 공공분양***으로, 나머지 20~30%는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는 전과는 다른 스탠스입니다. 임대주택을 위주로 한 공급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분양주택 중심의 공급으로 주거 정책의 큰 틀을 바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적 사업 주체가 분양하는 주택입니다.
****시세 대비 50~70% 수준으로 분양하는 대신 정해진 가격에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게 만든 주택입니다.
다만 시장에선 ‘공공’ 마크가 붙은 정부의 각종 사업을 그리 달갑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간 영역으로 치부되어온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건 혁신적이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게 어울리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는데 ‘공공’이 붙은 사업에만 특혜를 준다고 하니 답답하다는 겁니다.
정부의 큰 그림 3: 젊은 층 당첨을 위한 청약 제도 손질
더불어 정부는 젊은 층을 위해 청약제도도 손봅니다. 위에서 말한 83만6000가구 중 70~80%를 분양 방식으로 돌린 후 그중 공공분양 아파트에선 일반 공급 물량을 기존 15%에서 50%까지 늘립니다. 또 늘어난 일반 공급 물량 중 30%는 추첨제로 돌립니다. 그리고 이 추첨엔 3년 이상 무주택 상태인 가구주와 가구 구성원만 참여할 수 있게 한답니다. 다시 말해 추첨제 비중을 높여 젊은 층의 당첨 가능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다만 이 역시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공분양으로 추첨제를 도입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청약의 문턱을 더 낮추겠다고 하지만, 일반 공급이 늘어나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반대로 더 줄어 청년층이 반기지 않을 거라는 이유입니다.
칭찬과 아쉬움
물론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칭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공공 주도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조합들과 얘기만 잘 된다면 앞으로 10여 년간 공급 물량은 풍족하고, 전세난 등도 해결될 거로 보인다는 겁니다. 반면 반대편에서 위에서 소개한 대로 그저 눈 딱 감고 정부 한번 믿어 보라는 거 아니냐며 정부의 대책의 허점을 꼬집습니다. 양측의 대표적인 주장을 소개합니다.
칭찬해👍
"민간분양이 아닌 공공분양 확대라는 점이 아쉽지만 공급 확대 기조가 분명해진 건 좋아. 숫자의 자릿수보다는 정부의 정책 스탠스가 바뀐 걸 봐야 해.”
“일반 공급과 추첨제 비중을 높인 건 잘한 일이야. 그간 낮은 가점으로 당첨이 쉽지 않았던 젊은 세대도 앞으로 분양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 것 같아.”
“민간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해도 어찌 됐든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노후 주택이 빠르게 새 아파트로 변모하는 건 일단 좋은 일 아닐까?”
이건 좀 아쉬워 👎
“주택공급 대책으로 내놓은 83만여 가구를 어디에 짓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입지 빠진 주택공급 대책은 팥 없는…”
“그간 발표한 스물네 번의 부동산 대책에서는 ‘공급'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대규모 공급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2.4 대책 후 산 집이 공공 직접 시행 사업자로 지정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데, 이런 주택을 용감하게 새로 살 사람이 있을까? 위헌의 소지도 있는 것 같은데…”
*재개발·재건축아파트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조합원 자격에 미달하는 경우 등 새 아파트 입주 권리 대신 현금으로 보상받는 걸 말합니다.
2.4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잡힐까?
공교롭게도 많은 전문가가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로 전망합니다. 개발 호재로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만 집값은 이미 ‘꼭지’라 이번 대책으로 투기가 일긴 힘들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이번 대책에 포함된 ‘83만’이란 숫자가 보다 구체적인 틀을 갖추면 상당한 집값 하락 압력을 가할 거라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다만 2.4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한 달여가 지난 현시점(3월 2일) 매체들은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울의 평균 집값은 2월보다 1,234만 원이 오르며 처음으로 8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부도 고심일 겁니다. 부동산 대책에는 리셋 버튼이나 뒤로 가기 버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곧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는 매체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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