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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때때로 신경안정제보다 환상이 필요해.” 영화 <환상의 그대> 속 대사처럼 한번쯤 가보길 꿈꾸던 영화 속 환상적인 그 장소, 이제 두 발로 걸어 만나볼 차례다.
태초의 우주가 있었다면 이런 모습일 것
<인터스텔라> 스비나펠스요쿨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화제작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익숙한 대사다. 우주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시각을 압도하는 영상미로도 유명하다.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어진 인류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찾아간 만(Mann) 박사의 행성. 하지만 구름조차 얼어버리는 얼음행성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좌절에 빠진다.
그 황량함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찾은 답은 스비나펠스요쿨. 흡사 외계어처럼 들리는 이름이지만 실은 아이슬란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동쪽에 자리한 빙하 구역이다.
낯선 지명만큼 풍경도 생경하다. 무려 100km에 걸친 거대한 얼음 절벽 사이를 걷다 보면 우주를 간접 체험하는 듯 경이로움이 온몸에 전해진다. 이 외에도 검은 사막과 웅장한 폭포, 꿈틀대는 화산까지 생명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에 그랬을 법한 태초의 지구 속살을 느낄 수 있을 것.
붉은 사막의 치명적인 유혹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나미브사막
30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 영화 역시 다른 시리즈처럼 호주 사막지대에서 촬영을 앞두고 있었으나, 폭우가 쏟아지며 계획이 틀어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이 마르지 않는 사막에 각종 동식물까지 번식하기 시작한 것. 영화의 주 배경인 ‘핵전쟁 후 황폐화된 22세기 지구’를 구현하기 위해 차선책이 필요했고 국토의 80%가 사막인 나미비아가 낙점되었다.
나미비아 국토의 반을 차지하는 나미브사막은 사하라사막보다 훨씬 전에 생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넓이만 해도 남한 땅의 1.35배쯤 되는 면적이 전부 모래로 뒤덮여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사막의 풍경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건 철 성분이 함유돼 붉은빛을 띠는 모래. 태양 아래 붉게 타오르는 사막의 유혹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면, 올라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울룰루
오스트레일리아 땅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 있다. 산은 산이라지만, 풀 한 포기 돋아나지 않는 바위산으로 5억 년 전 지구가 지각운동을 할 때 땅 위에 드러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단일 바위로 알려진 이 바위를 원주민들은 울룰루, 즉‘세상의 배꼽’이라고 부르며 경배해왔다.
바위산을 동경하는 또 한 무리는 일본인들이다. 바로 일본 열도에 세카추(‘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줄인 말)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첫사랑인 아키와 사쿠의 슬픈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진 않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키의 소원은 울룰루에 가보는 것이었고, 소녀가 죽은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사쿠 홀로 이곳을 찾는다. 영화의 히트 이후 많은 연인이 울룰루의 정상에 올라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한다. 험난한 바위를 오른 후 외치면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세 글자를 기억해두시길. 세.카.추!
여기는 바다인가, 호수인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판공초
영화를 고르는 기준으로 영상미를 첫손에 꼽는 사람에게 권하는 영화, 바로 2008년 개봉한<더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다. 시네필들 사이에서 숨겨진 명작인 이 작품은 인도국적 CF 감독 출신 타셈 싱이 연출을 맡았다.
광고쟁이 출신답게 영화 곳곳에서 놀라운 미장센을 마주하게 하는데, 무려 4년 반 동안 24개국을 방문해 완성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덕분에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영화 전반에 걸쳐 신비롭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판공 호수다. 134k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 덕분에 바다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물에서 짠맛이 나는 염호다.
손 닿을 듯한 구름과 에메랄드빛 호수,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이 만난 기묘한 풍경은 마치 신선의 놀이터를 연상시킬 정도. 해발 4350m의 험난한 히말라야산맥을 넘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서남아시아 지역 최초의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중요한 국제적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인생의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싶은 곳
<라스트 홀리데이> 카를로비바리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 인생.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남은 시간이 3주뿐이라면? 영화<라스트 홀리데이>의 주인공 조지아는 이제 갓 30년을 산, 가구 매장의 평범한 직원. 날벼락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녀는 하염없는 눈물 대신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곤 평생 처음 용기를 내어 전 재산을 정리한 후, 헬기를 타고 생애 가장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독일과 체코의 국경에 맞닿은 이 도시는 곳곳에서 온천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이색적 풍경의 온천 휴양도시다.
1358년,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4세가 사냥 중 다친 사슴이 온천물에 몸을 담가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본 후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고. 그 후 간질환과 소화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며 베토벤, 쇼팽, 괴테, 마리아 테레지아, 표트르 대제는 물론 오늘날 마이클 더글라스와 우피 골드버그 등의 유명인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온천뿐 아니라 일대에 자리한 유서 깊은 호텔들은 고풍스럽고 호화롭기로 유명하니, 함께 즐겨보도록.
남자끼리 사랑해도 괜찮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시르미오네
2017년, 뭇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질투를 불러일으킨 미남들의 러브 스토리가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바로 힙스터들의 필수 영화<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혹자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남남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환상적인 영화 배경 아래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탈리아의 북부 시르미오네 일대가 바로 어린 소년과 청년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나가는 장소. 시르미오네는 이탈리아 3대 호수로 불리는 가르다 호수 위에 자리한 작은 반도 도시로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사계절 휴양지다.
시골 마을의 따스한 햇살 아래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떠나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 영화의 열풍은 놀랍게도 여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중. 검색엔진을 통하면 ‘콜바넴앓이’에 빠진 팬들 스스로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사진을 비교한 다양한 인증 사진을 금세 찾아볼 수 있다.
또 영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데, 성소수자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 프로그램까지 있다고 하니 취향 존중의 시대가 온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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